운 좋으면 '로또' 쥘 수 있는 줍줍...묻지마 청약했다 낭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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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줍줍 청약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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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위버필드 4가구 모집에 8500여명이 신청해 청약 경쟁률이 2133대 1에 달했다. 13일 당첨자 발표에 이어 20일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한다. 무난히 완판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가 지난 6일 10대 1인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모집 가구 수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반갑지만 않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분양을 시작한 이후 높은 청약 경쟁률→미계약 악순환을 1년 가까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9차례에 걸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 접수한 뒤 계약을 진행했다가 미계약이 나오면 다시 모집공고했다.

해당 지역 무주택자이면 청약통장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줍줍’(무순위) 분양시장. 청약 문턱이 낮은 데다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운만 좋으면 ‘로또’를 쥘 수 있는 틈새 시장이다. 올해 들어 분양이 잇따르며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주택시장 못지않게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경쟁률을 보이며 순식간에 팔리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높은 경쟁률에도 쉽게 팔리지 않아 골치를 앓는 단지도 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줍줍은 로또를 잡을 수 있지만 분양시장에서 쫓겨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묻지마' 청약은 금물이다”고 말한다. 왜일까.
 

▲ 지난해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2020년 분양한 물량 중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계약 취소 물량이 줍줍으로 올해 나올 예정이다.


줍줍 물량도 첫 분양과 마찬가지로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을 통한 인터넷 청약으로 공급한다. 로또 가능성이 있는지는 청약홈과 모집공고에서 가늠할 수 있다.

청약홈 내 무순위 접수의 분양 구분에서 ‘사후’와 ‘취소후재공급’으로 나뉘어 있다. ‘사전’도 있지만 사실상 공급이 없다. 사후는 당첨자와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 팔리지 않은 미분양이다. 모집공고에 ‘정당계약 및 예비입주자 계약 이후 잔여물량’으로 나온다. 분양시장 열기가 식으며 미분양이 늘면서 사후 줍줍 물량이 늘고 있다.

취소후재공급은 계약됐으나 불법전매 등이 드러나 계약을 취소한 물량이다. 모집공고엔 ‘계약취소주택’으로 쓰여있다.

사후보다 취소후재공급이 로또 가능성이 더 크다. 로또를 기대했기 때문에 당첨이나 분양권을 노리고 불법전매 등의 불법행위를 했을 것이다. 과천위버필드가 취소후재공급이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하다.

청약 결과도 차이 나 취소후재공급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이 넘기 일쑤다. 지난 3월 세종시 2가구 줍줍에 5244명이 신청했다.

줍줍은 청약자격 제한이 거의 없다. 해당 지역 무주택자이면 된다. 다만 취소후재공급은 당초 특별공급이었는지, 일반공급이었는지 따진다. 특별공급에서 취소된 물량이면 다시 특별공급으로 분양하기 때문에 신혼부부 등 해당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공급은 상관없다.

사후 줍줍은 미분양이 특별공급·일반공급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공급 자격 제한이 없다.

취소 후 재공급이 미계약되면 사후 줍줍으로 넘어간다.
 

청약홈을 통해 분양하는 사후 줍줍은 신청자가 모집 가구 수 이상일 때다. 경쟁률이 1대 1 이상에서 나온 미계약 물량은 다시 청약홈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경쟁률이 1대 1 미만이면 이후 미계약분을 업체 측에서 임의로 선착순 분양하면 된다. 청약홈 분양에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고 미분양을 소진하는데 번거로워 청약홈을 통한 미분양분 분양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후 줍줍과 취소후재공급 줍줍 분양가가 다소 차이 난다. 사후 줍줍 분양가 기준이 정해진 게 없지만 팔리지 않은 물량이어서 업체가 대개 당초 분양가와 같은 가격으로 내놓는다. 줍줍 분양 시점도 최초 분양과 큰 차이가 없다.

취소후재공급 시점이 최초 분양보다 한참 뒤여서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대기 수요를 생각하면 취소후재공급 분양가를 당초 가격보다 많이 올려도 수요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정부는 업체가 계약 취소 주택을 취득하는 데 들어간 비용과 재공급 분양에 따른 부대비용만 받도록 했다. 사실상 당초 분양가 수준이다.

과천위버필드의 경우 취소후재공급이 최초 분양에서 4년이 지났다. 분양가는 최초보다 1~4% 더 높다. 당초 11억5340만원인 전용 99㎡가 11억6590만원에 나왔다. 전용 59㎡ 2가구가 최초보다 3~4% 올랐다. 한 가구의 경우 최초 8억6060만원보다 3700만원 더 비싸다.

분양가 상승 폭이 다른 것은 계약 취소 주택 취득비용 차이 때문이다. 업체는 계약을 취소하면서 그동안 받은 분양대금에 이자 등 금융비용을 합쳐서 돌려준다. 계약이 늦게 취소된 주택의 취득비용이 올라가는 셈이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전용 59㎡가 다른 주택형보다 계약 취소가 늦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매제한 등 분양조건도 줍줍과 최초 분양이 다르다. 줍줍은 최초 분양이 아닌 줍줍 시점의 각종 규제를 따른다.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을 다시 평가해 전매제한 기간을 정한다. 줍줍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격차가 최초 분양보다 더 벌어지면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전매제한 시작 시점이 ‘입주자로 선정된 날’ 즉 당첨자 발표일이어서 줍줍 전매제한은 줍줍 당첨일로부터 계산한다.

과천위버필드 전매제한이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인데 이미 준공한 단지여서 바로 소유권 이전 등기할 수 있어 전매제한이 없는 셈이다.

최초 분양 때 없던 거주의무가 줍줍 물량에 생길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거주의무가 주어졌다. 2020년 분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단지의 경우 거주의무가 없었으나 앞으로 나올 줍줍은 거주의무 적용을 받게 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미만일 것이어서 거주의무 기간이 5년으로 예상된다.

줍줍 청약을 쉽게 생각하고 무턱대고 청약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당첨 제한이다. 줍줍에 당첨되면 계약 여부에 상관없이 일반청약과 같은 재당첨 제한을 적용받는다. 투기과열지구 10년, 조정대상지역 7년이다.

전문가들은 "줍줍에 무턱대고 청약했다가 당첨된 뒤 계약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재당첨 제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줍줍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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