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주택공급 확대” 이후, 설익은 대책 쏟아내는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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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지역은 도시 관리 기본 구조, 바꾸려면 교통량·경관 등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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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주택 공급 확대” 발언 이후 당정발(發) 설익은 공급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권 초기에 차근차근 세웠어야 할 주택 공급대책을 임기 1년을 남기고 허둥지둥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되고 있는 대책을 뜯어보면 단기적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의 도시계획 근간을 숙의 없이 흔들겠다는 구상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이 용도지역 변경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KBS 라디오에서 “고밀화나 용도변경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준공업지구를 주거지역으로 바꿔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용도지역은 도시를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다. 도시계획의 가장 기본적인 체계이기도 하다. 용도마다 이유가 있다. 서울의 공장 지역인 준공업지구의 경우 수도권정비법에 따라 현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게 정비한다. 서울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게, 일자리를 공급하는 자족 기능을 갖추게 하기 위한 조치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회의실 천장을 바라보며 홍익표 정책위의장(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일반주거지를 준주거로 바꾼다는 것 또한 용적률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서울시 조례상 아파트를 짓는 3종 일반주거지 용적률은 250%, 준주거는 400%), 주거지역 내 다른 용도가 혼재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용도변경에 대한 인허가권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갖고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도지역 변경은 주택가격이나 주택 수급에 맞춰 뚝딱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용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전에 교통량·경관 등 무수히 많은 조건을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 방안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밝힌 대로 논의 중인 단계다. 역세권 범위를 넓히고 용적률을 올려 고밀도로 개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역세권이 집중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계법상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은 500%인데 이를 7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서울 307개 지하철역 주변의 평균 용적률은 160% 수준이다. 하지만 역세권 땅 대다수가 민간 소유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익환수라는 제한만 두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양도소득세 인하 가능성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투기 차단과 다주택자의 시세차익 환수, 공급 확대가 원칙”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재건축 및 양도세 규제 완화라는 단기적이면서 쉬운 공급 확대의 길을 부정하며 굳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이 393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해 26만 가구의 신규 공급을 무산시켰다”(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는 주장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만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당장 있을 텐데 정부가 정말 공급 확대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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