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뛰자 경매도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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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매무산 작년보다 36%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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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부동산 경매에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 137㎡)가 나왔지만 입찰 직전 취소됐다. 채권자가 법원에 취하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서울 법원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 입찰이 깨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9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이 무산(취하·취소·정지 등 포함)된 서울 주택은 87건으로 1년 전(64건)보다 23건(36%) 늘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4일 열린 입찰에서는 경매로 나온 아파트 3건이 모두 철회됐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월평균 50~60건 수준이던 취소 물량이 12·16 대책 이후 76건으로 증가했다”며 “경매 취소 물건이 느는 건 서울 주택 매매시장이 상승장에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집값이 오를 때는 경매로 헐값에 넘기기보다 매매 시장에서 파는 게 몸값을 높일 수 있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집을 경매로 넘겼던 채권자가 ‘경매 취하’로 돌아서는 이유다. 빚에 대한 채권자와 채무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경매는 취소할 수 있다. 특히 각종 규제로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는 서울 아파트가 가장 빠르게 경매 목록에서 사라지고 있다. 
  

타워팰리스 사례도 경매를 포기하는 게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경매 당시 타워팰리스 감정가는 22억3000만원이다. 이달 초 실거래가(국토교통부 자료) 27억원보다 20% 낮다. 법원 경매의 감정가는 보통 경매가 개시되기 6~7개월 전 평가된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했기 때문에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오 연구원은 “채권자도 경매보다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는 게 회수 금액이 크기 때문에 채무자와 합의해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빚보다 아파트 몸값이 더 클 때는 채무자가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 되찾기’에 나선다. 이달 14일 경매 예정이던 서울시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187㎡)도 하루 전날 입찰이 연기됐다. 경매 문건에 기재된 채권자의 빚 청구액은 아파트 감정가(16억300만원)의 32%인 5억1656만원이다. 아파트를 소유한 채무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시세가 약 17억원에 이른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경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취소 물건이 더 늘 수 있다”고 봤다. 아파트 경매 물건은 주는데 수요는 늘고 있어 서울 아파트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매각률)은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105.8%(지지옥션)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한편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시장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 CSI가 125까지 치솟았다. 5월 96이었던 주택가격전망 CSI는 6월(112)과 7월(125) 두 달 연속으로 큰 폭 상승했다. 2018년 9월(1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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