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집, 13년뒤 31억에 팔았다…5월 확 뛴 수상한 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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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고가 아파트 직거래

DA 300

# 50대 아버지와 20대 딸이 거래가격 30여억원에 아파트를 직거래했다. 아버지가 매도자이고 딸이 매수자다. 계약 후 6일 만에 소유권 이전이 끝났다.

# 회사가 13년 전 33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31억원에 회사 대표에게 직거래로 팔았다. 이 아파트에 대표 부부가 살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중개거래하지 않고 매도·매수자 간 직접 거래한 직거래가 급증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족이거나 회사와 대표 등 특별한 사이(특수관계인)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거래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수상한 거래도 눈에 띈다.

5월 거래 다섯 건 중 한 건이 직거래



28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가 1700여건이다. 이중 직거래가 350여건으로 20%를 차지한다. 거래유형을 공개한 지난해 11월 이후 월평균의 2배 정도 되는 높은 비율이다.

4월 직거래 비율이 9%이고 6월도 현재까지 신고 기준으로 9%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5월 3만여건 거래 중 직거래(5300여건)가 20%에 가까워 다른 달보다 많았다.

고가 직거래 내용을 확인해봤다. 거래 당사자가 대부분 부모·자식 간이나 회사·대표 간이었다. 세법에서 말하는 특수관계인들끼리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가 시작되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을 앞둔 지난달,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가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있는 종부세 상담 안내 문구. 뉴시스


5월 전국에서 직거래된 아파트 5000여건 중 최고가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 138㎡(이하 전용면적) 38억원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매도자와 매수인이 6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로 추정된다. 30억3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논현동 B아파트 157㎡는 50대 아버지가 20대 딸에게 팔았다.

거래가격이 23억7500만원인 용산구 신계동 C아파트 158㎡는 공동소유한 부모가 아들에게 넘긴 것이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D아파트인 76층 209㎡가 3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도자가 선박 설계·감리 등의 일을 하는 부산 소재 회사이고 매수자가 이 회사 대표다. 대표 부부 주소가 이 아파트다. 회사 명의로 샀다가 되산 셈이다.

27억6000만원에 거래된 분당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E 199㎡도 매도자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하는 회사이고 매수자가 이 집에 사는 대표다. 서울 용산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F 149㎡가 27억원에 거래됐는데 매도자가 대부업 회사이고 매수자는 이 회사 대표 자녀로 추정되는 30대다.

업계는 매도자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줄이기 위해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손쉬운 직거래 형태로 집을 처분한 것으로 본다. 5월 안에 초고속으로 소유권 이전을 진행해 계약과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까지 끝마쳤다.
 

분당 주상복합아파트는 계약한 날에 소유권 이전 등기도 신청했다. 잔금 지급일과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일 중 빠른 날이 소유권 이전일이어서 잔금을 치르기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부터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가족 등에게 넘기다 보니 굳이 중개업소를 통할 필요가 없고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등을 처리하는 데도 편리한 직거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거래하면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도 있다. 거래금액이 15억원 이상이면 중개수수료율이 0.7%다. 거래금액 38억원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2600여만원이다.

종합부동산세 1억8000만원→5000만원



직거래로 주택 수를 줄이거나 집을 처분한 것은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와 법인 중과 때문으로 업계는 본다. 다주택자는 공제금액이 6억원으로 1주택자(14억원)보다 8억원 적다. 1주택자 공제금액이 지난해부터 11억원이었으나 정부가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 3억원을 추가로 특별공제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세율이 1주택자의 2배 정도다.

법인 종부세는 다주택자보다도 훨씬 더 세다. 공제금액이 아예 없다. 세율이 최고 세율로 1주택 3%, 2주택 이상 6%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38억원에 반포 아파트를 아들에게 판 아버지는 지난해 90억원에 거래된 적이 있는 용산 고급 아파트도 갖고 있다. 용산과 반포 아파트를 둘 다 갖고 있으면 올해 보유세가 종부세 1억8000여만원 등 2억1000여만원으로 예상된다.

용산 아파트와 반포 아파트를 아버지와 아들이 나눠 각각 1주택자가 되면 두 집 세금이 종부세 5000만원 등 7000여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해운대 아파트를 회사가 갖고 있으면 1주택일 경우 올해 보유세가 종부세 4600여만원 등 5400여만원이다. 대표가 가지면 1주택자로 종부세 300여만원 등 900여만원이다.

올해 부모·자식 간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증여보다 매매 거래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등) 증여 신청 건수가 1531건으로 지난해와 2020년보다 25%가량 줄었다.

김종필 세무사는 “5월 다주택자 중과 한시적 배제 시행으로 양도세가 줄며 매매 거래 비용이 줄어든 반면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증여 부담은 늘었다”고 말했다. 세율이 12%인 증여 취득세 기준 금액이 공시가격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랐다.

반포 아파트 38억원 매매의 경우 매도자 양도세와 매수자 취득세가 총 8억원 정도다. 증여한다면 증여세만 13억원이고 증여 취득세를 합치면 17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 갖고 있고 싶은데 남에게 팔기는 아까워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게 매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비슷한 층보다 5억원 넘게 저렴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특별한 사이의 현금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눈에 띈다.

일부 시세보다 싼 저가 거래 의혹이 든다. 세법은 시세보다 3억원 이상 차이 나면 양도세나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 거래로 본다. 27억원에 거래된 용산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지난 1월 거래가격이 32억원이었다. 지난해 5월에도 31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31억5000만원은 이번 매도자인 법인이 13년 전인 2009년 산 33억원보다 저렴하다. 지난달 이 집과 비슷한 층이 37억원에 거래됐고 지난해 거래가격이 38억원까지 올랐다.

김종필 세무사는 “거래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한 저가양도로 밝혀지면 양도세를 거래가격이 아닌 시세로 매기고 시세와 거래가격 간 차액에서 3억원을 뺀 금액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거래 당사자 간 자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자금 흐름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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