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한장으로 종부세 1억7000만→700만원…타워팰리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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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별난 타워팰리스 수퍼펜트하우스

DA 300

지난해 2억원에 가깝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올해 1000만원 이하로 뚝 떨어진다. 집을 팔아 주택 수를 줄이면서 보유 주택의 총 공시가격을 낮춘 게 아니다. 공시가격은 종부세 산정 기준 가격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거나 큰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서류 작업 한 번으로 가능하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에서도 ‘하늘 위의 궁전’으로 불릴 만한 꼭대기 층 수퍼펜트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타워팰리스 전용 222㎡+79㎡ 수퍼펜트하우스 30가구



업계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62층에 옆집으로 붙어 있는 전용 79㎡와 222㎡ 두 집이 지난달 합병해 301㎡ 한 집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 이후 다섯 번째 합병이다.

소유자가 동일하고 구조적으로 한 집으로 쓸 수 있으면 합병에 문제가 없다. 이들 집은 각자 현관문을 따로 가진 두 집으로 지어졌지만 벽 일부를 터면 사실상 한 집이다.

합병 주택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좌우로 끝에서 끝에서 워낙 길어 대화하려면 전화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 주택은 당초 한 집으로 쓸 수 있는 두 집으로 지어졌다. 1990년대 말 건축 때 전용 244㎡(100평형) 펜트하우스보다 더 큰 수퍼펜트하우스로 120평형(전용면적 300㎡)을 계획했지만 전용 297㎡를 초과해 건축할 수 없는 규제(2014년 폐지)에 걸렸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용 222㎡와 79㎡로 나눠 ‘1+1’로 나란히 만들었다.
 

▲ 국내 초고층 주상복합 대명사인 타워팰리스 꼭대기층에는 '1+1' 2가구로 나눠진 120평형 수퍼펜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수퍼펜트하우스가 3개 동 꼭대기 5개 층에 2가구씩 총 30가구다. 한 사람이 두 집을 모두 분양받거나 부부 등 가족이 나눠 샀다.

2002년 준공 후 20년 가까이 사실상 한 집으로 쓰던 집을 실제 한 집으로 합병한 것은 문재인 전 정부가 강화한 다주택자 세제 규제 때문이다.

가격이 같은데 서류상 두 집이라는 이유로 종부세가 천양지차다. 두 집에 해당하는 종부세가 2018년까지만 해도 2000만원 이하였다가 2019년 중과 도입 후 많이 늘어나기 시작해 그해 5000만원으로 뛰더니 지난해 1억7000만원까지 급등했다. 올해도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 합병하면 중과 세율(1.2~6%)의 절반인 1주택 세율을 적용받고 세금 계산에서 빼는 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라간다.

여기다 정부가 지난 3월 올해 1주택자 종부세를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매기겠다고 했다. 합병 종부세가 6600여만원으로 1억40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60세 이상, 5년 이상 보유에 주어지는 고령자·장기보유 세액 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으면 1300여만원이면 된다. 지난달 합병한 사람을 포함해 수퍼펜트하우스 소유자 대부분 70세 이상이고 15년 이상 보유해 8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 타워팰리스 수퍼펜트하우스 평면도. 두 집으로 나눠 설계됐다.


합병하면 공제금액 늘고 세액 공제 혜택도

 

올해 합병 종부세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16일 올해 1주택자 종부세를 올해 공시가격으로 계산하되 공제금액을 14억원으로 3억원 더 높이고 공시가격의 60%(공정시장가액비율)만 세금 계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종부세가 3800여만원이고 80% 세액 공제를 받으면 700여만원에 불과하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제 금액이 늘어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에서 60%로 내려가면서 실제 세금 부과 금액인 과세표준이 20억원 넘게 줄면서 세금이 많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합병하면 양도세도 대폭 줄어든다. 두 집이면 먼저 파는 집이 다주택자 중과 적용을 받고 두 번째로 파는 집만 1주택자 비과세 혜택(12억원 공제)을 받는다. 다주택자 중과가 중단된 지난달 10일부터 1년 이내에 첫 번째 집을 팔아 중과 적용을 피하더라도 1주택자 비과세 혜택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

합병 주택은 1주택으로 12억원을 공제받고 거주·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는다. 두 집으로 팔 경우와 합병 1주택으로 팔 때 양도세가 최대 2억원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하면 기존 소유자는 종부세·양도세에서 유리해지지만 취득하는 매수자는 취득세 부담이 커진다. 합병 주택 전용면적이 245㎡를 넘어 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해 취득세 세율이 일반세율(1~3%)의 최고 3배가 넘는 11%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합병 주택 일부가 호가 9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취득세만 11억원가량이다. 합병하지 않은 두 채를 사면 4억원 정도다.

합병 주택 매매거래가 아직 없지만 지난해 7월 보증금 48억원에 전세로 거래되기는 했다.


합병 주택 전세보증금 48억원에 거래



합병하지 않은 타워팰리스 수퍼펜트하우스 25가구 가운데 2채 소유주가 같은 경우가 4가구다. 주택을 추가로 더 갖고 있다면 합병하더라도 여전히 다주택자여서 보유세 절감 효과를 별로 기대할 게 없다.

수퍼펜트하우스만 소유하고 있다면 앞으로 다주택자와 1주택자 간 세제 차이 등을 지켜보며 합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정책대로라면 세금 격차가 줄어들 것 같다. 정부는 16일 다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60%로 내리기로 했고 내년부터 1주택자와 다주택자 세율도 낮출 방침인데 세율 차이를 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로 합병하지 않은 2주택의 올해 종부세가 당초 예상한 2억여원에서 1억여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펜트하우스 나머지 21가구는 부부나 가족이 각각 따로 소유하고 있어 당장 합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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