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LTV 90%’ 물 건너가, 설익은 공약 2030만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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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여당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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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되지도 않는 걸로 괜히 2030만 현혹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한도만 상향하면 뭐하나. 7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로 묶으면 다 부질 없는 데. 설익은 공약으로 쇼를 할 게 아니라 정말 청년을 위한 완성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

21일 한 인터넷 부동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던 청년 등 무주택자에 대한 LTV 90% 완화가 당내 계파 간 갈등 속에 사실상 물 건너간 데 따른 것이다.

송영길 대표 "협의 과정서 조정될 수도"



송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를 90%까지 풀어줘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이에 청년들의 기대가 컸지만 곧바로 태클이 들어왔다. 친문계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LTV 90%는 송 대표의 ‘누구나 집’이 와전돼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푼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하고, 다시 푼다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 대표도 "정부 협의 과정에서 조정이 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최종적으론 청년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LTV를 지금보다 10~20%포인트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금보다 더 쎈 대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인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DSR 규제를 강화했다. 지금은 투기지역·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하고 있는 DSR 40% 규제를 7월부터는 규제지역(투기지역·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6억원 초과 주택에 모두 적용한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1년간 원금·이자를 모두 상환한다고 가정하고 총 상환액이 소득 대비 얼마를 차지하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자 상환액만 따지던 총부채상환비율(DTI)에서 원금 상환액까지 따지는 것으로 DTI보다 훨씬 강한 규제다. 규제 강도를 떠나 DTI나 DSR은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을 받기 어려운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벌이가 적은 청년에겐 더 타격이다.

예컨대 연봉 3000만원인 새내기 직장인 A씨가 6억원짜리 집을 살 때 DSR 40%를 적용하다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은 12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30년 만기(금리 연 2.5%)로 대출을 한다고 해도 한도가 3억원이 안 된다(원금균등분할상환 조건).

 


이는 학자금·신용대출이 전혀 없을 때 얘기다. 다른 대출이 있다면 그만큼 대출 한도는 더 준다. 이런 상황에서 40~50%(투기지역 40%, 조정지역 50%)인 LTV를 50%, 60%로 늘린다면 LTV상 대출 한도는 3억, 3억6000만원이다. LTV를 완화한다고 해도 DSR에 막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청년에게만 DSR 적용을 예외로 하기도 힘들다. 금융당국이 DSR를 확대키로 하면서 벌이가 적은 청년을 위해 ‘미래 소득’을 적용하는 등의 별도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DSR은 LTV처럼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도 소득이 늘지 않으면 대출 한도는 그대로"라며 "이런 강력한 규제를 일부 계층에만 예외로 하면 계층 간 갈등만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마당에 이제 와서 청년 등 무주택자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년 간 정부는 집값 상승을 두고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엔 대출 금리마저 상승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금리가 오름세인 만큼 빚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은 시장을 더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특위 "1주택자 종부세 대상 줄이자"



한편 민주당 부동산특위(위원장 김진표)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을 줄이고, 재산세를 낮춰주는 방안을 21일 당 최고위에 보고했다. 1주택자의 경우 집을 팔 때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양도세) 역시 낮추자고 했다.

특위가 이날 종부세 과세대상 축소를 위해 제안한 방법은 세 가지다. ①종부세 과세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②과세기준은 상향하되 12억 초과구간에서 현행 공제액 9억원 적용 ③종부세 대상주택을 공시가 상위 1~2%로 한정하는 방안 등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한 서울 공동주택은 2017년 8만8560가구에서 올해 41만2798가구로 다섯 배 가량으로 늘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과세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거나, 대상주택을 상위 1~2% 등으로 제한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는 또 매년 내는 재산세에 대해서도 1주택자에 한해 감면 기준을 공시가 9억원 이하(기존 6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실화하면 공시가격 6억~9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59만 가구의 재산세가 0.05% 포인트 인하된다. 6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7월 재산세 고지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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