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며 공시가 무리한 현실화가 세금 폭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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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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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주택(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와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에서 “공시가격 동결이 정의냐”고 따져 물었다. 14년 만에 최대 폭(전국 평균 19.08%)으로 오른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평균 6.68% 상승했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가 이달 초 국토교통부와 공시가격 오류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최근 서울·대구·부산시, 경북·제주가 공시가격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공시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주택 공시가격이 보유세(재산·종합부동산세)의 과표이자 동시에 건강보험료 책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지자체로선 지방세인 재산세가 늘어 재정 상태가 좋아지지만, 그만큼 커지는 지역민의 반발이 문제다.

주택 보유세는 특히 월급통장에 들어온 소득으로 내야 하는 ‘장바구니 세금’인 만큼 유권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유세가 급등하면 납세자는 교육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주택 보유세는 어느 나라든 조세저항이 가장 심한 세금”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뛸 때마다 논란이 인 것도 그래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2018∼2020년) 간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 신청(확정 전 의견 제출) 건수는 6만7435건으로, 전 정부 3년(2015∼2017년) 728건의 92배가 넘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이 보유세 강화인데, 집값은 못 잡고 세금만 올리니 불만이 큰 것”이라며 “최근의 공시가격 논란도 본질은 보유세 급등에 따른 조세저항”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는 계속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지난해 2030년까지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공시가격 로드맵을 본격 적용했기 때문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70.2%다. 공시가격이 뛰면서 보유세 부담은 확 는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3억1700만원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 소유자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66만원 오른 1204만원이다.

종부세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인데, 이젠 1주택자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주택분) 고지서를 받은 1주택자는 2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9000명 늘었다. 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만 해도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6만9000명이었는데, 4년 만에 4.2배가 됐다.
 
한국의 주택 보유세 부담은 이미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재산세 조세부담율은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보다 1.7배 많았다. 개인소득·부가가치·물품세 등은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재산·법인세만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해 집값·공시가격 급등한 만큼 부담률이 더 뛰었을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공시가격의 역진성과 형평성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항변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감정평가학회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의뢰로 최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집값에 변화가 없더라도 주택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서울 주택분 종부세는 계속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연간 5%씩 내려도 2021·2022년 종부세는 지난해 대비 1조원가량 뛴다.

공시가격 자체가 보유세 과표인 만큼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시가격을 통한 보유세 인상은 위헌 논란도 낳고 있다. 헌법상 세금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의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증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

법 전문가인 이석연 변호사는 “법 집행자에 불과한 정부가 과표를 인상하는 편법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공시가격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의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여당에선 보유세 개편론이 비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동시에 세금·부담금 등 공시가격 용도별로 반영률을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시세의 90%까지 올리더라도 보유세는 공시가격의 80%, 건강보험료는 사회복지 확대라는 취지에 맞춰 이보다 낮게 반영하는 등 용도마다 지수를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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