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고 빼고 나눠라"···전세난 풀 뾰족한 수 여기에 있다

인쇄

전세 대책 전문가 제언

DA 300

지난 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확실한 (전세)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발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사석에서 “있으면 했겠죠”라고 했다.
  
7월 말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전격적으로 시행한 뒤 전셋값 급등세가 4개월째 이어지도록 정부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전세대책 마련이 난제임을 보여준다. 홍 부총리의 언급 이후 10여일간의 ‘산고’ 끝에 전세대책이 마지막 손질을 거쳐 이르면 19일 나온다.
  
강력한 수요 억제 카드를 쓸 수 없어 전세 시장 안정이 매매시장보다 어렵지만 엉킨 실타래를 차분히 풀면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전세난이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매매시장 대책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전세·매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전세 매물 품귀로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안내문이 비어있다.


공급 늘리기

 
계약갱신으로 품귀현상을 보이는 전세 물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전셋집으로 쓸 수 있는 재고 확대가 필요하다. 빈집 활용이다. 전국 152만가구, 서울 9만3000가구. 지난해 기준 빈집 현황이다. 서울 빈집 절반이 아파트(4만4000가구)다. 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 건수가 40만건 정도다. 빈집 가구가 전·월세 거래량의 25% 정도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공공이 빈집을 매입하든지 임대해 다시 임대하면 전세 물량을 늘리고 공공 임대물량을 확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자료 국민은행]

 
양 만큼 속도도 중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전세난 대책으로 건축 규제를 완화해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준주택’(도시형생활주택·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도입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빈 상가 등을 주택으로 쉽게 리모델링할 수 있게 하면 이른 시일 내에 주택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줄이기


 
임대차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상대적인 전세 공급 확대다. 임대시장이 전세 위주이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데 전셋집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전세 비중이 70%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아파트 전·월세 매물 중 전세가 53%다. 전세 수요와 공급에서 20%가량이 ‘미스매치’다. 이 격차를 줄이면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전에는 이 미스매치가 5% 정도였다. 
  
집주인의 월세 전환을 줄인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로 내려갔지만 시중 금리보다 나아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한다. 종부세 강화,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급등하는 보유세를 내기에도 월세가 낫다.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계약에서 서울 아파트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 계약 비율이 5~7월 10.2%에서 8~10월 13.4%로 올라갔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린 것이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초저금리여서 집 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 5% 올려봐야 남는 게 없다”며 “전세보증금 인상 한도(5%)를 올리면 전세의 월세 전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외국 사례처럼 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 주택 등을 임대료 규제에 제외하면 시장이 좀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했다.   

▲ [자료 서울시]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에게 월세 메리트를 늘리면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월세 세금 공제 확대 등은 월세 부담을 전세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현재 월세 가구 중 월세 소득공제를 받는 가구가 10%도 되지 않는다”며 “월세 소득공제 범위를 확대해 월세 걱정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 전환

 
전세 수요 압력을 전·월세 시장 밖으로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매매수요 전환이다. 전에도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기 위한 취득세 인하 등의 대책이 있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등 실수요자에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전세 시장이 매매시장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돌아가기 때문에 매매시장에서 전세대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에도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은 매매수요 전환의 걸림돌이다. 실수요자가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입주하는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하면 임대차계약에 발목 잡힌 매물이 나올 수 있다.  
  
집값 안정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로 다주택자 매물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지난 6월까지 한차례 중과를 적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소장은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위한 방안은 집값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과 상충할 수 있어 집값 과열을 부추기지 않도록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이 주춤해도 중저가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등 집 주인의 실거주 강화가 전세 불안을 자극한다"며 "전세 시장을 압박하는 매매시장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