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8억 분양가 8억인데 '15억 로또'···강남 뺨치는 강북 마법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2.01 09.38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속도 내는 도심복합사업

7억6000만원 대 17억8500만원. 아파트 분양가와 크기가 같은 주변 새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다.

분양가가 현재가 아닌 2년 후 금액이다. 2년 후 시세는 지난 2년간 오른 금액을 기준으로 지금보다 4억원 정도 더 오를 것 같다. '15억 로또'인 셈이다.

서울 강남 얘기가 아니다. 강북이다. 강북이 강남 못지않은 로또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4대책에 따른 도심복합사업 구역의 분양가가 윤곽을 드러내면서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이 주민 동의를 받아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등에서 재개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행하는 주택개발이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주춤한 사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공급 분양가, 시세 60%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도심복합사업 2차 예정지구의 일반공급분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차 예정지구가 신길2구역 등 5곳이고 추정 분양가가 3.3㎡당 1330만~2662만원이었다.

예정지구는 지구 지정, 사업계획 인가 등을 거쳐 2년 뒤쯤 사전청약을 통한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추정 분양가는 분양 시점의 예상 가격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세의 60%라는 말이어서 실제 분양 시점에는 그사이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복합사업장이 '로또'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예정지구로 지정된 서울 신길2구역. 연합뉴스


개별 사업장을 뜯어보면 시세와 분양가 격차가 더 벌어진다. 예정지구 중 분양가가 가장 비싼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내 신길2구역 84㎡(이하 전용면적)가 8억9000만원이다. 인근 최고 실거래가가 신길7구역에 2017년 입주한 래미안에스티움 17억8500만원이다.

지난달 발표된 1차 지구 4곳 중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 84㎡ 일반공급분 가격이 7억3000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 분양한 증산2구역 DMC센트럴자이 84㎡ 입주권이 지난 9월 17억2000만원까지 거래됐다. 분양가가 7억원 정도였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2차 예정지구인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 원미사거리 부근 부천원미 구역의 84㎡가 6억5000만원이다. 원미동엔 비교할 만한 새 아파트가 없고 옆 중동에 지난해 입주한 센트럴파크푸르지오가 지난 8월 13억5000만원을 찍었다.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도심복합사업 단지는 상한제로 분양하기 때문이다. 상한제는 감정평가한 땅값과 정부가 한도를 정한 건축비로 분양가를 매긴다.

전인재 국토부 도심주택공급총괄과장은 “실제 분양 시점까지 물가 상승, 땅값 상승 등을 최대한 반영해 분양가를 추정했다”고 말했다.
 

도심복합사업 단지의 건축규제 완화도 분양가 인하에 한몫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자치단체 규정에 상관없이 법에서 허용한 상한선까지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을 올릴 수 있고 주거지에선 20% 더 완화할 수 있다.

저층 주거지 2종 주거지역의 경우 법적 상한용적률이 250%인데 300%까지 지을 수 있다. 2종 주거지역인 신길2구역과 증산4구역 용적률이 각각 285%, 295%다. 앞서 같은 뉴타운에 분양한 단지들의 용적률이 240%대였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필요한 대지지분이 줄어 분양가가 내려간다. 신길2구역과 증산4구역에서 용적률이 올라가면서 분양가가 3.3㎡당 200만원 정도 하락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일반공급보다 더 큰 로또가 있다. 해당 구역 주민의 우선공급분이다. 분양가가 일반공급분보다 낮다. 일반공급분 분양가가 비싼 구역에서 우선공급 분양가가 훨씬 저렴하다. 일반공급분 분양가가 높을수록 사업성이 좋아 사업비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그만큼 싸게 주민에게 줄 수 있다.

신길2구역과 증산4구역 우선공급 분양가가 일반공급 가격보다 15% 정도 낮다. 신길2구역에서 84㎡의 일반공급 분양가가 8억9000만원인데 우선공급 가격은 7억6000만원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처럼 도심복합사업도 주민이 가장 많은 액수의 로또를 쥐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상향 등으로 주민이 부담할 분담금도 민간 정비사업보다 30% 정도 적다고 설명했다.
 

인기지역 참여가 관건



주민은 도심복합사업으로 적은 분담금과 낮은 분양가라는 일거양득을 얻지만 자격이 제한돼 있다. 정부가 투기 억제 차원에서 지난 6월 29일 이후 토지 등을 취득한 경우엔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우선공급권에 투자할 길이 막혔다.

우선공급권 문이 닫혔지만 일반공급분 문턱은 내려간다. 85㎡ 이하 일반공급분 30%를 3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분양한다. 지금까지는 전량 청약저축액 순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분양받기 어려웠다.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지가 65곳이어서 예정지구로 지정될 사업장이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강남에선 후보지가 나오지 않았고 수도권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곳이 많지 않다.

도심복합사업이 2024년 9월까지 한시적 사업이어서 이 기간 내 강남을 비롯해 인기 주거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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