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의 잘못된 만남, 투기 ‘꽃길’ 깔았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10.12 09.56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 논란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고 있지는 않은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2018년 8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2017년 말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목적으로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한 임대주택등록제도를 비판한 글이다. 임대가격 안정 효과보다 다주택 보유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이 교수의 지적이 맞는지 논란이 많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인이 설계했다고 말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간에 일확천금의 ‘꽃길’을 깔아줬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재산권을 제한하며 강제적인 수용을 통해 개발한 이익이 극소수 민간에게 집중되면서 공익 명분의 사업이 극단적인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도시개발 활성화 위해 민간 참여 확대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92만㎡에 5900여 가구의 집을 짓고 1만6000명이 사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인근 판교(890만㎡)나 분당(2000만㎡) 신도시 축소판인 셈이다. 그동안 1, 2기 신도시 15곳을 비롯해 미니 신도시격인 전국 700여 곳이 개발되는 동안 큰 탈이 없었는데 왜 대장동에서 말썽이 생겼는가.

대장동은 새로 난 ‘길’이다. 사업방식이 ‘신도시’ ‘지구’ 등으로 알려진 공공택지와 다르다. 신도시 등을 만든 택지개발촉진법·공공주택특별법이 아닌 도시개발법에 근거한 도시개발구역이다.

도시개발법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제정됐다. 신도시와 같은 주택 공급의 단일 목적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적으로 도시를 개발한다는 취지였다. 주택 규모, 임대주택 등 주택 건설 규제가 적어 토지를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현장. 2018년 말 분양한 아파트들이 입주하고 있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아파트 5700여 가구 등 주택 5900여 가구가 건립돼 인구 1만6000명이 거주한다. 2016년 수용 이후 땅값이 뛰면서 개발이익이 급증했다. [연합뉴스]



2007~2011년 도시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 변화가 뒤따르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싹이 텄다. 주민 동의 필요 없이 수용 방식으로 도시개발할 수 있는 사업 주체가 2007년 공공이 50% 넘게 출자한 법인으로 확대됐다. 이전에는 공공만이 강제 수용할 수 있었다.

2008년 인구 50만 이상 자치단체장도 도시관리계획 권한을 갖고 도시개발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2011년 도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지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는 결합개발이 도시개발사업에 도입됐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2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영개발을 통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계획을 밝혔다. 민관공동 방식이 함께 검토됐다. 2014년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도시개발사업이 확정돼 구역이 고시됐다.

사업 목적이 ‘성남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대장동 일원의 전략적 개발 필요, 서로 다른 2개 지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결합개발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개발로 지역주민의 숙원사항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였다.

2015년 8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를 출자한 ‘성남의뜰’이 민관공동 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이 지사 측은 “막대한 사업자금을 투자할 능력도 없고, 조직도 없고, 대규모 개발 경험도 없었다”며 “타협책으로 이 세 가지의 위험을 민간사업자가 모두 부담하고 성남시는 위험 부담 없이 상당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민관공동개발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1조5000억 들여 1조 번 ‘황금알’



대장동 개발사업은 역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황금알’을 낳았다. 사업비로 1조5000억원을 들여 1조원 가까운 개발이익을 거뒀다. 개발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안정성이 확실했다. 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토지 확보와 신속한 인허가가 공공의 주도로 보장됐기 때문이다.

수용을 통해 쉽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땅을 확보하고, 공공이 공동 사업자여서 인허가에 걸림돌이 없었다.

2015년 초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연구용역 결과에서 ‘대장동 지역의 탁월한 입지여건에 따라 분양성과 사업성 양호’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 예상된 개발이익이 제1공단 공원조성비 2500여억원을 제외하고 3600억원 정도였다. 성남시가 1822억원을 확정수익으로 가져가기로 했기 때문에 민간에게 돌아갈 몫이 1800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며 땅값이 급등해 개발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개발이익은 토지 매각대금에서 나오는데, 감정평가금액과 입찰방식의 매각가격이 치솟았다. 사업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상비가 땅값이 많이 오르기 전인 2015년 기준으로 시세보다도 훨씬 싸게 나갔지만 토지 매각가격은 땅값이 뛴 2017년 이후 시세 이상이었다.

성남의뜰 관계자는 “2015년 당초 3.3㎡당 1400만원 선에 팔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매각가격이 3.3㎡당 1600만원대였다”고 말했다.

개발이익 배분은 성남의뜰에 참여한 주주들의 협약으로 결정됐다. 출자 지분별 배분이 아니었다. 성남시가 제1공단 공원조성비로 2500억원을 쓰고 임대아파트 용지 비용(당초 1822억원, 이후 1830억원)을 확정수익으로 확보한 뒤 나머지가 민간 몫이었다.

개발이익이 급증하자 추가로 대장동 북측 터널 공사 등으로 1100억원을 더 가져왔다고 이 지사 측이 주장했다. 민간에 돌아간 이익이 총 4070억원이다. 이중 하나은행 등 금융회사 5곳이 32억원을 배당받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4040억원을 챙겼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번 격이다.
 


배당금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몫 31%



화천대유·천화동인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공공의 개발이익 환수가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환수율이다. 배당금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총 5903억원 가운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간 돈이 임대주택 부지 비용 명목 1830억원으로 31%다. 이 지사 측은 배당금 외에 제1공단 공원 조성과 북측 터널 공사 비용 등도 개발이익 포함해야 한다며 환수액이 총 5500억원으로 전체의 58%라고 말한다.

이 지사 측 셈법대로 보더라도 이 지사가 2012년 약속한 개발이익 환수와는 거리가 멀다. 당시 이 시장은 “대장동 개발이익 대부분을 환수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2015년 성남의뜰과 협약을 맺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서 당초 예상한 개발이익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환수 방안이 제외된 경위에 의혹이 일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 방안이 실현됐다면 민간의 과도한 개발이익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까. 초과이익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만큼 가져갔다면 추가로 가져갈 금액이 2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북측 터널 등 비용 1100억원은 요구하지 않았을 테니 실제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1400억원 선이다. 화천대유·천화동인 몫은 4040억원에서 2600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도 전체 개발이익의 30%에 가깝다.

초과이익이 많을수록 전체 개발이익에서 공공이 가져가는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 설계가 쉽지 않다.

과천 등에선 총 사업비 6% 이내 이윤 제한



아예 민간의 수익률을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등에서 민간을 참여시키면서 택지공급 우선권을 주는 대신 이윤을 총 사업비의 6% 이하로 제한했다. 2011년 민간 참여의 문을 열어주면서 6% 이윤율 상한을 설정한 택지개발촉진법을 근거로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은 도시개발법은 민간 이윤 제한 규정이 없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참여한 대우건설컨소시엄 관계자는 “6%가 많은 것은 않지만 택지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택지를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6% 이윤을 대장동에 적용하면 민간 몫이 900억원 정도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6% 이윤율 제한 규정을 도시개발에도 적용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민간의 개발이익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민간 참여 의욕을 떨어뜨려 택지 공급과 주택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이익 환수의 적정선을 찾기가 어렵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제약하는 수용 방식의 사업에서 민관공동 개발 사업을 제외하는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용은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공익사업인데 개발이익이 끼어들면 공공과 민간 모두 탐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이익의 ‘떡고물’을 차지하기 위해 공공은 부패하고 민간은 불법에 손을 뻗는다. 공공의 공익과 민간의 이윤은 처음부터 어긋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