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5.8억 아파트, 9.7억에 낙찰 ‘경매 광풍’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9.07 07.43

아파트 낙찰가율 106.7% 사상 최고

전국에 아파트 경매 열풍이 불고 있다. 아파트 법원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보다 10~20% 이상 웃돈이 붙는가 하면,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는 일도 빈번하다. 최악의 주택 공급난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까지 눈을 돌리면서 생기는 일이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6일 발표한 지난달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진행 건수는 9442건으로, 이 가운데 424건이 낙찰(낙찰률 42.6%)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79.2%, 평균 응찰자 수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달(101.0%) 대비 5.7%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106.7%를 기록했다. 이는 지지옥션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아파트 응찰자 수도 같은 기간 6.3명에서 7.7명으로 증가했다.
 

▲ 최악의 주택 공급난으로 실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린다. 8월 아파트 낙찰가율은 사상 최고치인 106.7%를 기록했다.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값에 낙찰되는 경우도 흔하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소 벽엔 5일 매매 물건이 단 두건만 붙어 있다. [뉴스1]



올해 제주(12.24%)에 이어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11.55%)을 보인 인천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5.4%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인 123.9%를 기록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106.7%→108.2%→118.5%→123.9%)으로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지난달에 전달(111.1%) 대비 4.0%포인트 상승한 115.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서울도 전달(107%)보다 9.3%포인트 높은 116.3%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도 아파트 낙찰가율이 크게 상승했다. 대전은 지난달 113.3%로, 전달보다 15.0%포인트나 뛰었다. 울산(101.7%)은 전달(97.2%)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도를 제외한 도 지역에서는 전북(103.6%), 경남(99.0%), 충북(89.8%)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전달 대비 각각 5.9%포인트, 7.2%포인트, 8.2%포인트 올랐다.

낙찰가가 시세를 뛰어넘는 사례도 속출한다. 경매는 최고가를 적어낸 응찰자가 낙찰받는 구조라 눈치 싸움이 필요한데, 실거래가와 호가가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응찰자가 나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동양파라곤 전용면적 197㎡의 경우 지난 7월 경매에서 39억5399만9000원에 낙찰됐다. 매매 최고가인 37억3000만원보다 6%(약 2억2399만원) 비싼 값이다. 감정가 34억4000만원 대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14.9%를 기록하며 7월 서울 경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로 남았다.
 

▲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달 이뤄진 서울 강서구 등촌동 라인아파트 전용면적 84.78㎡ 경매에서는 낙찰가율 167.9%가 나왔다. 감정가 5억8000만원인데 36명이 응찰해 9억7389만원에 낙찰됐다. 1997년 준공한 3개 동 317가구 소형 단지인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은 지난 6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10억~10억5000만원 선이다. 호가 수준에 경매 낙찰이 이뤄졌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양2차 전용 84.97㎡도 지난달 5억690만원(낙찰가율 150%)에 낙찰됐는데, 같은 면적이 지난 4월 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신규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하는 지역에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옥션은 “최근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라며 “일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매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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