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매시장/①물건 쏟아지지만 투자자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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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8계 입찰장. 얼마 전까지 입찰장 안은 물론 복도와 로비까지 응찰자들이 꽉 들어차던 곳이 이날은 썰렁했다. 이날 총 78건의 물건이 입찰에 부쳐졌지만 응찰자수는 불과 68명. 종전같으면 인기물건 2∼3건에 응찰했을 수준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 달부터 경매 참여인원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강남권의 인기 아파트 입찰때도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감정가 높아 1회 낙찰자 많지 않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법원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분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 등 주거용 물건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투자자의 관심은 예년만 못하다. 개발예상지역 토지ㆍ주택 등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의 경매 관련 지표들이 좋지 않다. 입찰가격이 현 시세보다 싸지 않고,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탐색전’을 벌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발빠른 경매 투자자라면 올 하반기를 노려보라고 조언한다. 상반기보다 감정가가 싼 물건이 많이 나올 예정이어서 투자환경이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본다.

올들어 경매 물건은 꾸준히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5월까지 서울ㆍ수도권에 나온 신건(새로 입찰에 부쳐지는 물건)수는 1만9134건을 기록, 지난해 동기 1만807건에 비해 77% 늘었다.

이에 따라 올 1∼5월 전체 경매진행 건수도 5만5301건을 기록, 지난해 동기 3만543건에 비해 81% 증가했다. 월별로도 꾸준히 증가해 올 1월 9400여건이던 것이 올 5월에는 1만2000여건으로 2600여건 증가했다.

지지옥션 조성돈 차장은 “경기 불황에다 부동산 시세 및 임대료 하락 등으로 1∼2년 전 경기가 좋았을 때 은행 대출을 끼고 매입했던 부동산들이 압류당해 경매로 나오고 있다”며 “경매시장은 실물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에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물건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서민들의 생활터전인 연립ㆍ다세대ㆍ단독 등 일반 주택이 올 1월 5530건에서 5월에는 7512건으로 특히 많았다.

반면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ㆍ수도권 전체 낙찰가율은 올 1월 77%에서 5월에는 73.6%로 내려앉았다. 지난해(1월 81.1%→5월 79.2%)보다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입찰 경쟁률도 지난해 4ㆍ5월 4대 1 수준에서 올해는 4월 3.89대 1, 5월 3.51대로 낮아졌다.

이는 현재 입찰에 부쳐지는 물건의 상당수 감정가가 지난해 10월께 감정돼 지금 떨어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MRC 우형달 대표는 “보통 감정부터 입찰까지 3개월 정도 걸리지만 요즘 수도권은 경매물건이 적체돼 부동산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인 7개월 전에 감정한 물건이 입찰에 부쳐지고 있다”며 “앞으로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 자체를 망설이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약세, 토지 등 재료있는 곳은 ‘후끈’


지난해 하반기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의 입찰 열기가 사그러든 반면 토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파트나 다세대ㆍ연립 등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신건 낙찰이나 고가 낙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종전에 10여명이 몰렸다면 지금은 1∼2회 이상 유찰돼도 입찰자가 3∼4명에 불과하다.

과거 낙찰가율이 100% 이상 치솟는 것이 일쑤였지만 최근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동 M아파트 38평형의 경우 2회째 입찰에서 단 3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89.8%인 6억2870만원에 낙찰됐다.

전체 통계에서도 지난해 올 1∼5월 아파트 낙찰가율은 87.5∼91.7%였으나 올해는 78.4∼81.6%에 그쳤다.

반면 토지는 신건에도 고가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올 5월까지 경매 진행건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4325건→3779건), 낙찰가율(83.5%→89.1%)은 높아졌다. 새 수도가 입지할 충청권 토지와 성남ㆍ파주ㆍ김포ㆍ화성 등 신도시 주변, 토지 보상금이 풀린 인근지역, 신규 전철 노선 주변 토지 등 개발예정지를 중심으로 날개돋힌 듯 팔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경매를 통하면 까다로운 규제없이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6일 부천2계에서 입찰한 김포시 대곶면의 논은 23명이 응찰해 감정가(1700여만원)의 340%인 5억7890만원에 팔렸고, 지난 달 14일 여주지원 경매1계에 나온 여주읍 월송리 소재 밭 612평은 첫 회 입찰이었지만 무려 43명이나 응찰해 감정가(2024만원)의 1270%선인 2억5715만원에 낙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각각 신도시 개발과 분당선 전철 연장 호재가 작용한 것이다. 규제가 많은 논보다는 밭이나 임야에 사람들이 몰린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토지시장의 경우 정부의 개발계획 발표때마다 지역을 옮겨다니며 싹쓸이하는 ‘핫머니’성격이 강하다”며 “일부 주변 땅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묻지마 입찰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ㆍ재개발지구 등 재료있는 지역은 연립ㆍ다세대라도 없어서 못판다. 지난 1일 서울지방법원 경매6계에서 입찰한 동작구 노량진동 다세대는 신건임에도 노량진 뉴타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24명이 몰려 감정가의 163%에 낙찰했다.

지난 7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5계에 나온 송파구 마천동 소재 다세대주택도 신건임에도 불구하고 12명이 응찰해 낙찰가 152.5%에 팔렸다.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소문 때문이다.

주거용 부동산중에도 틈새시장은 있다. 최근 강남권에서 뜨고 있는 것이 80∼90평형대 고급 빌라. 종전까지 아파트에 밀려 뒷전이던 것이 최근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는 응찰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7계에서 진행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P빌라 90평형은 4회 입찰에 9명이 몰려 최저가(5억6320만원)보다 3억원 비싸고, 최초 감정가의 77.3%인 8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6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8계에서 입찰한 서초구 반포동 H빌라트 109평형은 최초 감정가 14억원에서 세 차례나 유찰을 거듭한 뒤 4번째 경매에서 7명이 참여해 감정가의 60%선인 8억3838만원에 낙찰됐다.

경매뱅크 최정윤 차장은 “최근 인기 빌라는 2001년 이후 새로 지은 60평형대 이상으로, 낙찰가격이 인근지역 30∼40평형대 아파트보다 싸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10억∼15억원선의 빌라가 시세보다 2억∼3억원 이상 싸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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