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고 기준금리 오르자 ‘숨 고르는’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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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문의 끊겨 '눈치 보기' 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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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30여 곳이 몰려 있는 상가 안은 영하권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사무실마다 손님은 드물었고, 매수 상담을 하려는 전화도 뜸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며칠 전만 해도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탔는데, 금리 인상 이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이 담긴 가계부채 후속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며칠 전만 해도 시장은 8·2 대책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였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11월 27일 기준)은 전주보다 0.29% 상승해 8·2 대책 이전만큼 오름폭이 컸다. 거래량도 증가세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6529건이다. 하루 평균 217건으로, 10월(123건) 대비 76% 늘었다.

그러다 지난주 정부 대책과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와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 시장에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보러오기로 했던 사람이 약속을 취소했다"며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권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대표는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망설인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받아 집 사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 로드맵이 변수될 듯


그동안 금리와 집값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집 주인은 집을 팔려 한다. 이런 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하락한다.

일단 이번 주부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사다. 지난주까지는 호가(부르는 값)가 떨어지지 않았다. 집주인의 고자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현재 가장 싼 매물이 17억원을 호가한다. 최고가 수준이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1㎡도 부르는 값이 역대 가장 비싼 12억8000만~13억6000만원 수준이다. 개포동 세방공인 전영준 대표는 "집주인이 금리 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향후 시장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저금리 상황이라 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어도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지 않고, 대체할 만한 투자상품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권엔 자금력이 있는 집주인이 많은데, 이들은 집을 살 때 대출 의존도가 낮아 대출이 깐깐해지고 금리가 올라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런 관망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임대차 시장 로드맵이 시장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 전까진 거래가 줄고 집값이 박스권에서 맴도는 ‘눈치 보기’ 장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에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할 인센티브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미등록 시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장 집값이 크게 출렁이지는 않겠지만,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상승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임계점을 지나지 않는 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과도한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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